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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기 불효자의 수영 실기 구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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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eluga
댓글 1건 조회 77회 작성일 24-06-17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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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새벽3시31분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7일 새벽3시21분에 연락을 받고 병원 로비에 44분에 도착했으나 10여분 차이로 임종을 지켜드리진 못했다. 


마지막 가는길은 꼭 지켜드리자고 속으로 다짐을 하고 있었는데 말이다.


간호사가 말하길 심장은 멈췄어도 고인이 아직은 들으실수도 있다는 말에 아버지 얼굴을 부여잡고 귀에다 아버지 사랑한다고 죄송했다고 남은 가족들 잘 챙기며 열심히 살겠다는 말로 아버지가 편히 가실수 있도록 해드렸다.


어머니께 전화를 걸어 아버지께 하고 싶은말 하라고 말씀드리고 전화를 스피커폰으로 돌려 아버지 귀에 대 드렸다.


제발 마지막 가족들의 대화를 듣고 가시길 간절한 맘으로 기도했다.


9일 오후 1시가 생체 시험인데 같은날 3시가 입관식이다.


무슨 대단한걸 한다고 이걸 고민하고 있는건지 모르겠다. 안간다고 맘먹고 안가면 그만인데 자꾸 미련이 남는다.


올해 3월 부터 영법별 스피드 연습을 했고 4월초부터는 필기 공부도 했었다.


가족에게 이런일 있다고 얘기하자 다들 그냥 다녀 오란다. 아버지가 살아 계셨으면 분명히 다녀오라고 했을 거라며 나를 다독여 준다.


오전엔 문상객도 많지 않고 와도 한두명일테니 상황 설명하면 이해 해줄거라는 막연한 기대를 해봤다.


당일 아침까지도 맘이 이랬다 저랬다 왔다갔다...... 생각이 콩밭에 가 있어 문상객들에게 집중이 안된다.


이 상황에서 이런 저런걸 따져가며 계산하는 모습을 보니 이런게 불효인가 싶었다.


아버지 살아서도 그다지 효자는 아니었는데 내가 망설이는게 스스로의 죄책감을 피하고자 해서인지 아니면 진짜 아버지를 생각하는 마음에서 그러는건지 잘 모르겠다.


내가 처리해야 될것 들을 정리하고 10시에 차에 올랐다.


전날 저녁엔 친구들이 찾아와 1시까지 자리를 지키다 갔다. 


원래대로라면 그 시간에 난 공부를 해야하는 시간이었다..... 그럼에도 늦은시간에 아버지께 인사하러 와준 친구들이 고맙다.


친구를 보내고 2시간동안 구술을 위해 책을 들여다 보는데 피곤해서 그런지 잠이 쏟아지며 눈이 침침해진다. 시간은 새벽3시가 다된 시간. 


가족들 마저 모두 집으로 보내고 홀로 빈소를 지키며 찬물로 눈을 씻어가며 마지막 정리를 했다.


시험당일 옷 갈아입을 새도 없이 상복을 입고 가족들에게만 말을 하고 조용히 식장을 빠져 갔다. 


현장에 도착해 운영요원을 붙잡고 상황 설명하며 내가 하는 시간보다 시간을 좀 앞으로 당겨 주실수 있는지 여쭤봤건만 안된단다.


그들을 원망하진 않는다. 그들은 그들이 해야하는 일을 공정하게 했을 뿐이다. 하는 수 없이 제 시간에 시험을 봤다.


그래도 사정을 알아주고 어떻게든 도움을 주려고 수험표를 들고 뛰어다녀준 운영요원분께 너무나 감사했다.


영운수영장 앞에 꽤 많은 분들과 함께 모여 길바닥에 앉아 몸을 풀며 구술 준비를 하고 있다. 기왕에 하기로 한거 꼭 합격하고 가야한다.


막판 한참 집중 중에 미국에 있는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함께 있지 못해 미안하다는 자책하는 말을 한다. 


괜한 미안함 맘 일으킬까 싶어 일부러 연락을 안했는데 동기를 통해서 연락이 간 모양이다


괜찮다며 안심시키고 무슨 대화를 했는지도 모를 정도로 머릿속은 온통 구술 준비로 복잡한 상황이다.


잠시 후 진행요원이 번호를 부른다. "1*5번" 드디어 내 차롄가?


들어가서 수험표와 신분증을 통해 본인임을 확인하고 휴대폰을 맡겼다.


스탭의 안내에 따라 자리에 앉아 틈틈이 스트레칭을 하며 마지막 정리를 계속 한다. 의자에 앉아 숨참기를 4번정도 한거 같다. 


숨참기 하는중에 지난번 프리다이빙 호흡법 특강시간에 오셨던분께서 나를 알아보고는 음료를 던져주고 마주 인사  할 새도 없이 하고 후다닥 본인 자리로 가신다. 


드디어 내 앞조와 우리조가 호명되어 샤워장으로 이동했다. 옆자리 앉은 분들께 IM 기록 물어보니 1분28초 정도, 다른 한명은 34초대란다.


너무 오바페이스만 하지 않으면 될거 같다. 수영복으로 환복 후 시험장안에 들어갔는데 앞조에서 뭔가 미진했었는지 한명이 테스트를 다시 보고 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부정출발자란다.


앞조가 하는 모습을 보며 우린 앉아 있고 입으로 "준비" - "삐" 와함께 출발하는 지극히 단순한 과정이다.


우리조 차례. 선수들을 호명하고 본인을 확인한다. 앞으로 나아가 몸에 물을 적셨다. 물이 차가운지도 모르겠다.


자리에 앉자마자 "준비"가 고지 된다. 허리를 숙여 잠깐 이지만 해야할것들을 생각했다. 


잠영 접9킥, 배10킥, 평영 잠영 물 확실히 잡고 글라이딩 최대한 뽑기, 턴마다 벽부수고 나가기, 자유형 킥 미친듯이 하고 피니쉬 터치하고 쉬기..


삐....  

스타트 잠영킥 9번후(13m) 올라와 노브레씽 접영. 벽터치 전 두번 만 호흡을 했다. 

배영 잠영을 길게 빼야하기 때문에 마지막으로 CO2를 빼주기 위한 전략이다.

 

이후 배영. 잠영킥 10번후 올라와 부지런히 팔을 젓는다. 무슨 생각을 했는지 기억도 안나지만 오는 길에 차에서도 계속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었다.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보단 실수하지 말고 훈련한 데로만 하자.


배평턴을 하는데 배영을 라인 가운데로 오지 못하고 비스듬히 왔는지 반환점 근처에선 한쪽 레인에 거의 붙다시피 하면서 왔다. 

천장의 구조물을 좀 확인 했어야 했는데 지금 그 정도로 정신이 없는 상황인가보다.


평영 잠영에선 벽을 힘차게 밀고 스트림라인을 강하게 힘을 줘 유지 후 출수. 

평소보다 템포가 빨랐나보다. 스트록을 10번이나 한후 평영 피니쉬터치를 했다.


이후 이어지는 자유형. 출수전 잠영킥을 5번 정도 했다. 

더 할수 있었지만 너무 오바하면 노브레씽 대쉬가 힘들수도 있어 출수 후엔 4스트록에 한번 호흡을 2번 하고 나머지 구간을 노브레씽으로 대쉬 후 터치


계측심판이 시계를 보여주며 구두로 기록을 알려준다. 1분25초24 입니다. 인사를 하려고 했으나 숨이 차올라 말이 나오지 않아 고개만 끄덕였다.


좌측레인 끝이라 그쪽으로 빠져 몇초간 몸을 식히며 호흡을 골랐다. 


실전처럼 훈련을 많이 했슴에도 내 의식에 의해 컨트롤 되지 못한 부분이 많은거 같아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이어서 수영장으로 이동해서 빠르게 샤워를 마치고 환복한 후 2층 구술시험 장으로 이동했다.


난 기다릴 여유가 없다. 얼른 마치고 다시 아버지 빈소를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올라가자 2명이 먼저 올라와 앉아 있다. 서로 축하한다며 잠시 인사를 나눈 뒤 본인 확인 후 파티션으로 둘러진 구술 시험장으로 이동했다.


거기서도 본인 확인 후 감독관 들이 앉아 있는 곳으로 이동해 정중히 인사를 드리고 의자에 앉았다.


탁구공을 뽑으라며 작은 플라스틱 통을 내민다. 손을 밀어 넣어 제일 바닥에 있는 것 하나를 꺼내 드리고는 자리에 앉았다.


B형 이란다.


1번 문제 잠영구간과 신체부위는 어디인지를 묻는다. 15m 머리


2번 문제 배영 반환로프의 높이를 묻는다. 수면으로부터 1.8~2.5m (경영 교본에는 1.8m 로 나옴)


3번 문제 물속에서 받는 저항 2가지를 묻는다.

물속이라는 말이 갑자기 꽂힌다. 저항에는 표면저항 견인저항 마찰저항 또 하나가 있었는데.....  갑자기 생각이 나질 않는다.

지금 숨도 차고 긴장해서 그렇다고 말씀 드리자 천천히 생각해 보라며 시간을 주신다.

그런데도 생각이 나질 않는다. 어차피 묻는건 2가지다 내가 말한건 총3가지.


표면저항은 이동하는 물체의 전면에서 발생되는 저항이며 수영에서는 주로 수면에서 발생된다고 얘기 했다.

견인저항은 이동하는 물체의 후면에서 와류에 의해 뒤로 당겨지는 힘이라고 답변

마찰저항은 피부 머리컬 수모 등이 물과 접촉해서 발생되는 저항이라고 답변을 마쳤다.


감독관님들과 서로 수고하셨다며 인사를 하고 파티션으로 둘러쳐진 시험장을 나왔다.

그제서야 생각난다 망할 "형태저항".... 어차피 문제에서 요구한 2가지는 충족했지만 스스로에게 화가 났다.


하지만 그런거에 연연할 때가 아니다. 지금 시간이 1시20분 이다. 대전 청주 1시간 잡고 지금 출발하면 2시30분정도에는 빈소에 도착 가능하다.


상주이기에 입관을 놓치는 일은 상상도 할 수 없는 불효이다.


소지품을 챙겨 IM 대쉬하듯 주차장으로 달렸다. 땀이 비오듯 쏟아져 상복 셔츠를 입고 수영한것처럼 몸에 쩍쩍 늘어붙는다.


3시간이 안된 주차비가 2900원.... 주차 차단기가 올라가는데 그시간 조차 영겁의 시간 같다.


그렇게 빈소에 도착해서 시간을 보니 2시31분이다. 최종 합격은 아닐지라도 합격한 느낌이다. 이 느낌으로 아버지를 다시 뵐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구술에서 제대로 답변도 못하고 빈소에 왔더라면 어쩔뻔 했던가. 생각만해도 아찔하다.


아마도 아버지가 내손을 인도해 쉬운 문제인 "B"를 집게 한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가족들에게도 합격한거 같다는 얘기를 전할 수 있게되서 참 다행이었다. 


오전에 내가 없는 사이에 조문해준 후배들에게 전화를 걸어 미안하다고 긴 얘기는 다음에 만나서 하자며 넘겼다.


이젠 아버지를 어두컴컴한 관으로 모시러 가야할 시간이다. 


이런 철없는 모습을 보고 제발 아버지가 노여워만 하는건 아니길 진심으로 바래본다.


자식의 불효는 신이 만든 기본 옵션 인가보다.? 마지막 불효까지 이해해주신 아버지께 진심으로 죄송하고 감사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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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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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린이님의 댓글

수린이 작성일

수고 많으셨습니다.

다시 한번 고개숙여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실기 시험전 프리다이빙 호흡법 모임때 많은 분들 위해 애써주신 것도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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